나는 어느 순간, 이름이 아니라 직책으로 불리고 있었다."○○팀장님", "○○이사님", "○○ 아버지"… 이름은 사라지고, 역할만 남았다.
40대 중반부터 50대까지, 인생이 점점 ‘정해진 틀’처럼 느껴졌다. 그 틀 안에서 나름 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, 이상하게 허전하다.
그래서 묻는다. 이제부터 나는 뭘 하고, 누구로 살아야 할까?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, 나는 내 커리어를 다시 짓기로 했다.
도구는 세 가지. 자격증, 사람, 그리고 배움
🧰 자격증: 스펙이 아니라,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증명
솔직히 말하면 자격증이라는 단어에 좀 거부감이 있었다. 시험, 점수, 줄 세우기. 그런 것들과 이젠 좀 멀어지고 싶었다. 그런데 어느 날, 우연히 ‘가정상담사’라는 자격증을 알게 됐다. 별거 아닌 계기였다. 친구 부부의 갈등 상담을 해주다가"야, 너 이거 일로 해도 되겠다"는 말을 들었을 때. 그때 처음 느꼈다. 아, 자격증이라는 게 '나 이거 할 줄 알아요'를 증명하는 도구일 수 있겠구나. 학벌도, 나이도, 이력도 아니고.'지금의 나'를 ‘새롭게 설명하는 말’ 일 수 있겠다고. 그래서 나는 요즘 독서지도사, ITQ, 요양보호사 등을 검색하며 조용히 내 방향을 설계하고 있다. 물론, 취득만으로 인생이 확 바뀌진 않는다. 하지만 한 줄의 자격증이 나를 ‘가능성 있는 사람’으로 보이게 해 준다.그건 생각보다 큰 힘이다.
🧩 네트워킹: 인맥이 아니라, 말 걸 수 있는 사람
사람 만나는 거, 쉽지 않다. 특히 중년엔 더 그렇다."요즘 뭐 하세요?"라는 말이 칼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. 하지만 그 ‘불편한 대화’를넘어서면, 의외의 기회들이 열린다. 요즘은 지역 커뮤니티 강좌, 스터디 모임, 그리고 SNS에서 ‘중년의 일과 삶’을 공유하는 계정들을 팔로우하면서 말 걸 수 있는 사람들을 늘려가고 있다. 링크드인 계정도 만들었다. 처음엔 쑥스러웠다. 내 경력 자랑하는 것 같아서.
근데 생각해 보니, 나를 소개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몰라준다.‘아는 사람’보다 ‘함께할 사람’을 만나는 게 네트워킹이다. 그리고 그건 말수 많은 술자리가 아니라, 같은 방향을 걷는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이뤄진다.
🔧 재교육: 배움은 다시, 천천히, 나답게
배운다는 건 예전엔 '능력 키우기'였다. 지금은 ‘내가 하고 싶은 걸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는 것’이다. 그래서 나는 최근 디지털 교육 플랫폼을 찾아다닌다.왜냐하면 내 꿈은 ‘온라인 북클럽’을 운영하는 거니까. K-MOOC, HRD-Net, 서울시 평생학습포털… 야간 강의도 듣고, 유튜브 편집도 배우고 있다. 이 나이에 왜?'나만의 채널을 갖고 싶어서.'돈을 벌든 안 벌든, 내 목소리를 낼 공간이 필요하니까. 재교육은 공부가 아니라, 다시 말하고, 다시 배우고, 다시 쓰는 나의 이야기다. 어릴 땐 교과서가 답이었지만, 지금은 배움의 이유부터 내가 만든다.
🎯 결론: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
사람들이 말한다."이 나이에 뭘 새로 시작하냐고."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, 그 말은 나를 정지시키는 주문 같았다.자격증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첫 문을 열어줬고, 네트워킹은 나와 닮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줬고,재교육은 내 안의 호기심을 다시 꺼내줬다.
그래서 나는 말한다. 중년은 끝이 아니라 다시 쓰는 서문이다. 그리고 그 서문을, 지금부터 내가 쓴다.
